괜히 아이들한테 뿔을 낸 날
괜히 아이들한테 뿔을 낸 날. 뿔을 내고 0.1초도 되지 않아 고개를 폭 꺾는다. 왜 뿔을 냈을까. 아이들 때문에 뿔을 내지 않는다. 나한테 찾아온 일 때문에 뿔을 낸다. 날이 가고 달이 가도 내가 하는 일이 제대로 드리우지 못할 적에 괜히 뿔을 낸다. 그렇지만, 그동안 내가 걷는 이 길을 슬기롭고 즐겁게 돌아본 이웃들이 무척 많이 늘지 않았나? 모든 사람이 내 이웃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은 꿈을 저버리지 못한다.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모두 이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쓰는 모든 이가 이웃이요 동무라는 마음을 등지고 싶지 않다.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을 슬기롭고 즐겁게 깨닫지 못하거나 살피지 않을 적에는 얼마나 한국사람다울까.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지구사람인 줄 슬기롭고 즐겁게 깨우치지 못하거나 돌아보지 않을 적에는 얼마나 지구사람다울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로서 어버이다운 길과 빛을 느끼려 하지 않으면 얼마나 즐겁거나 아름다울까.
우리 겨레가 ‘일제 식민지를 겪을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나라 모습은 일제 식민지 찌꺼기나 꺼풀을 벗어던지며 스스로 홀가분하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길하고는 참 멀다. 이 나라는 아직도 일본 식민지이고 미국 식민지이지 않나? 둘레에서는 자꾸 우리 집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는 둥 유치원에 넣으라는 둥 떠든다. 보내고 싶으면 이녁 아이를 보낼 노릇이다. 보내고 싶으면 이녁이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낼 노릇이다. 학교가 학교다운 모습이어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고흥군 행정은 어제나 오늘이나 뻘짓을 그치지 않는데, 이를 옳게 깨닫거나 알아차리는 고흥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리송하다. 다들 참 바쁘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