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17. 풀밭에서 자전거 끌기 (2014.3.26.)

 


  네 살 산들보라는 자전거를 탈 생각을 안 한다. 끌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비알진 풀밭으로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넌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하면서 노니? 산들보라한테 말한다. “보라야, 밟는 자리만 밟고 다른 자리는 우리가 먹는 풀이니까 밟지 말렴. 자전거로 먹는 풀을 밟으면 풀도 아야 하고 우리가 이 풀을 못 먹어.” 이렇게 말하면 그때그때 “응.” 하고 말하지만, 안 보면 또 풀밭을 밟으면서 논다. 흙과 풀을 밟을 적에 한결 느낌이 싱그러우면서 좋으리라. 그러니 자꾸 밟겠지. 물끄러미 지켜보니, 비알진 곳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가 내려오자니 그만 미끄러져 고꾸라진다. 저런, 하고 생각하면서 기다린다. 울지 않는다.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옷을 턴다. 그러고는 돌돌돌 세발자전거를 굴리며 내려온다. 너는 아주 멋진 자전거돌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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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1 13:52   좋아요 0 | URL
넘어져도 울지도 않는 산들보라~ 너무 기특하고 예쁩니다!!!^^

숲노래 2014-04-02 00:43   좋아요 0 | URL
애틋하며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