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8. 그림을 그리는 사진
사진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마음속에 깃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겪거나 느낀 이야기를 사진을 빌어 그림으로 그립니다. 늘 마주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틀에 맞추어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마음속에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이야기가 피어나지 않으면 사진을 못 찍습니다. 스스로 즐겁거나 아름답게 누린 삶이 없으면 사진을 안 찍습니다.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도 해요. 그런데,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고 느끼려면, 이런 모습을 마음속으로 바라거나 담으려고 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다면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보더라도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이야기가 있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붓을 들어 종이에 그림을 그립니다. 이야기가 있기에 비로소 글을 쓰고 노래를 불러요.
그림은 두 가지입니다.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빚는 그림이 하나 있고, 마음속에 이야기로 엮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진이란, 마음속에 엮은 이야기를 그린다는 뜻입니다. 마음속에서 자라는 이야기가 있을 때에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그림놀이를 할 적에 마냥 그림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이야기가 있기에 그림놀이를 해요. 아이 스스로 제 얼굴을 그리든 어머니나 아버지 모습을 그리든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그리든 하늘이나 빗방울을 그리든, 스스로 보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가 있어야 그림놀이를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으로 담으려는 주제’를 먼저 찾으라고들 말해요. ‘사진으로 담으려는 주제’란 ‘내가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나 스스로 ‘삶을 누리면서 즐긴 이야기’입니다. ‘내가 누구보다 나한테 속삭이고 싶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옮길 수 있고, 그림이나 글이나 노래나 춤으로 옮길 수 있어요. 마음그림이 시나브로 사진빛이 됩니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