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쑥밭에 민들레꽃

 


  우리 집 쑥밭에 민들레꽃이 피었다고 큰아이가 소리치며 부른다. “아버지 이리 와 봐요. 보여줄 게 있어요.” “벼리야, 아버지는 쑥 뜯어서 밥을 해야 하느라 바쁘거든. 벼리가 보여주려고 하는 게 뭔지 다 알아.” 그러나, 이렇게 말하지 말고 큰아이가 부르는 대로 가서 들여다보아도 되었을 텐데, 왜 이렇게 말했을까. 아침에 여러모로 바쁘다고 여겼을까. 뭔가 심통을 부리고 싶었을까. 큰아이는 제가 처음으로 ‘쑥밭 사이 민들레꽃’을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이 기쁨을 함께해 주었어야지.


  큰아이한테 미안하다고 느껴 자전거에 태워 들마실을 다니면서 아주 느긋하게 들꽃을 이곳저곳에서 함께 들여다보았다. 서재도서관 둘레에서 자전거를 내려 더 천천히 거닐면서 들꽃내음을 마셨다. 아예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 놓고 들빵을 먹기도 했다. 사름벼리야, 네가 쑥밭에서 민들레꽃 노란 빛깔을 알아보았기에 하루를 새롭게 누리는 기운을 얻었구나. 4347.3.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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