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16. 엉금엉금 올라타기 (2014.3.26.)

 


  여러 해에 걸쳐 오랫동안 아주 많이 타던 자전거가 있다. 세모꼴로 접어서 세울 수 있고, 부피를 적게 차지하기도 하니 버스에도 들고 타는 자전거이다. 서울 남산도 이 자전거로 올랐고, 서울부터 부산까지 이 자전거로 달린 적이 있기도 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날 달리다가 벨트가 끊어진 적이 있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짐받이에까지 책을 제법 묵직하게 묶어서 다니기도 했다. 그동안 오래 많이 탔기에 손잡이 뼈대 이음새가 낡고 닳아서 부러지면서 더는 탈 수 없다. 도서관 한쪽에 접어서 고이 모신다. 네 살 작은아이가 이 자전거에 타겠다며 엉금엉금 올라타려 한다. 달리지는 못해도 엉금엉금 올라타기만 해도 즐거울 수 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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