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06. 나락 말리는 가을에
나락 말리는 가을에 시골길을 달리는 군내버스는 나락내음을 싣고 달린다. 마을마다 길바닥에 나락을 말리느라 부산하고, 군내버스는 이 마을과 저 마을을 돌면서, 다 다른 마을에서 다 다른 할매와 할배가 거둔 나락마다 곱게 풍기는 내음을 담아 고흥군을 한 바퀴 돈다. 왜 찻길에 나락을 말리느냐고 따질 수 있을 테지만, 나락을 말리는 할매와 할배가 군내버스를 타는 손님이다. 군내버스가 태울 할매와 할배는 나날이 줄어든다. 길바닥에 나락을 더 말리지 못한다면, 군내버스에 탈 할매와 할배도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 될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