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그마니

 


  살그마니 책을 한 권 장만한다. 책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아니, 싸다면 싸지만 싸지 않다면 싸지 않다. 아무튼, 즐겁게 읽은 책이기에 기쁘게 새로 장만한다. 나는 같은 책을 두 권 건사하고 싶지 않으나, 즐겁게 읽은 책은 가끔 한두 권 더 장만한다. 왜냐하면, 즐겁게 읽은 책은 나 혼자만 가슴에 품기에 너무 아깝다고 할까 애틋하다고 할까, 아무래도 이웃과 나누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책방에서 언제나 구경하거나 장만할 수 있는 책은 굳이 두어 권 건사할 까닭이 없다. 새책방에서 사라진 아름다운 책이기에 틈틈이 더 장만하려고 한다. 틈틈이 장만하고 나서 살그마니 봉투에 담아 우체국에서 부친다. 택배로 부치면 이튿날에 바로 날아가지만, 일부러 소포로 부친다. 요즈음은 소포가 날아가자면 꽤 여러 날 걸리지만, 살그마니 장만한 책을 살그마니 부쳐서 살그마니 받도록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지난주에 만화책 하나를 살그마니 장만했다. 지난달에 즐겁게 읽은 만화책인데, 판이 끊어진 책을 헌책방에서 만났다. 왜 이 만화책이 이렇게 빨리 판이 끊어졌나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이달에 뜻밖에 다시 한 권 만났다. 그동안 ‘이런 만화책이 있는가 없는가 모르는 채’ 살았는데, 한 달 사이에 두 권을 만났으니 놀랍다.


  한 권은 서재도서관에 둔다. 한 권은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웃님한테 부치기로 한다. 언제나 맑은 마음이 되고, 늘 밝은 생각을 살찌우면서, 이 책 하나에서 고운 넋을 받아들여 활짝 피우는 꽃웃음으로 지내는 길에 길동무가 되면 좋으리라 꿈꾼다. 오늘 우체국에 가서 부친 책은 다음주에 닿겠지. 아무쪼록 반갑게 소포꾸러미를 받으시기를 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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