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9] 들빵

 


  마을 할매와 할배가 들일을 나옵니다. 일흔 언저리인 분들은 서로 품앗이를 합니다. 여든 언저리인 분들은 두 분이 경운기를 타고 천천히 논밭으로 가서 낮에 샛밥을 자시곤 합니다. 도시락을 챙겨서 들밥을 자시기도 하고, 가게에서 사 둔 빵을 가져와서 술 한 잔과 함께 드시기도 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두 밥만 먹었을 테니 들밥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빵을 들에서 샛밥으로 더러 먹기도 하니 ‘들빵’일 때가 있습니다. 들에서 일하는 어른은 들일입니다. 들에서 노는 아이는 들놀이입니다. 들에서 부르는 노래는 들노래이고, 들에서 꽃피우는 사랑은 들사랑입니다. 들밥 먹는 사람들은 들사람입니다. 들숨을 쉬면서 들바람 마시는 오늘은 들빛으로 물든 들살이입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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