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머금은 동백꽃

 


  이웃마을에서는 동백꽃이 지느라 바쁘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진다. 이와 달리 우리 집에서는 동백꽃이 피느라 바쁘다. 늦게 핀 꽃은 오래 간다. 먼 데서 우리 마을을 바라보면 마당 한켠 동백꽃송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이 참 곱게 눈에 뜨인다. 후박나무가 짙게 그늘을 드리우고 동백꽃이 한창 벌어지는 우리 집은 어느 모로 보나 이쁘다. 내 눈이니 우리 집이 이쁘달 수 있는데, 내가 우리 집을 이쁘다 말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집을 이쁘다 말하겠는가.


  일찍 피어나기에 더 반가운 꽃은 아니라고 느낀다. 꽃은 언제이든 핀다. 모든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운다. 그야말로 아주 일찍 꽃잎을 벌릴 수 있고, 그야말로 아주 늦게 꽃잎을 내놓을 수 있다. 저마다 제 결과 가락이 있다. 남들처럼 달려야 하지 않는다. 남들과 나란히 달려야 하지 않는다. 내 결을 스스로 믿고 아끼면서 걸어가면 된다. 내 빛을 스스로 사랑하고 꿈꾸면서 어깨동무하면 된다. 빗물 머금은 우리 집 동백꽃을 오래오래 들여다본다. 날마다 보고 또 보면서 웃는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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