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나무에도 새잎이

 


  우리 집 초피나무에 새잎이 돋는다. 지난해 맺은 열매는 다 훑어 주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본다. 왜냐하면, 숲에서 자라는 초피나무도 사람이 열매를 모조리 훑어 주지 않을 테니까. 사람이 사는 집에 있는 나무라면 열매를 다 훑어 주어야 한결 나을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두고 지켜본다. 해마다 차츰 키가 자라면서 씩씩하게 줄기를 뻗는 우리 집 초피나무를 가만히 바라본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라든지 앵두는 눈에 잘 뜨인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으레 산수유나무라든지 벚나무를 찾는다. 우리 집 마당에 초피나무가 없었다면 나도 초피나무 새잎을 생각조차 못했으리라. 날마다 보고 또 보는 나무이다 보니 새잎이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하나하나 새긴다. 이 잎이 돋고 잎빛과 같은 꽃이 피는 초피나무를 두근두근 설레면서 기다린다.


  초피잎이 돋을 이무렵에 느티나무에도 잎이 돋는다. 푸른 빛깔 초피꽃이 필 즈음에 느티나무도 느티꽃이 핀다. 나무마다 기지개를 켜며 활짝 피어나려 한다. 나무는 꽃을 맺어도 피어나지만, 잎을 틔워도 피어난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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