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다'나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이

처음부터 여러 가지로 쓰이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문화가 퍼지고

새로운 생각이 자라면서

이 낱말들이 새로운 뜻을 얻습니다.

한국말이 좀처럼 활개를 펴지 못하는데,

이 낱말들은 자꾸자꾸 새로운 자리를 찾으니

무척 반갑습니다.

 

..

 

뚫다·꿰뚫다·가로지르다
→ ‘뚫다’는 구멍을 내는 일을 가리키고, ‘꿰뚫다’는 구멍을 내어 지나가는 일을 가리킵니다. 두 낱말 모두 구멍과 얽힌 낱말인데, 구멍을 내는 일이란 이쪽과 저쪽을 잇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뚫다’는 어려움이라든지 빽빽한 사이를 헤치는 일을 나타내기도 해요. 앞날을 내다본다든지 어떤 일을 슬기롭게 살펴보는 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깊이 살펴서 깨닫는 일을 가리킵니다. ‘가로지르다’는 가로로 지르는 일을 가리킵니다. ‘지르다’는 ‘지름길’과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일을 막을 적에도 씁니다. 문에 빗장을 가로지를 적에는 문이 단단히 닫히도록 하는 일이고, 운동장을 가로지를 적에는 운동장을 가로로 달리는 일을 나타내요. 요즈음에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들거나 이쪽 갈래와 저쪽 갈래를 아우르는 모습을 빗댈 적에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을 널리 씁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어느 곳을 돌아보면서 지나간다고 할 적에도 ‘가로지르다’라는 낱말을 써요. 여행하는 문화가 퍼지고 여러 가지 학문을 골고루 익히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가로지르다’라는 낱말도 새로운 뜻을 얻습니다.


뚫다
1. 구멍을 내다. 구멍을 내어 이쪽과 저쪽을 잇다
 -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끈으로 묶으면 공책이 되지
 - 창호종이 바른 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었다
2. 막히거나 낀 것을 파거나 빼서 잇다
 - 막힌 데를 뚫으니 물이 잘 내려간다
 - 요새는 굴뚝 있는 집이 드무니, 굴뚝을 뚫을 일이 없다
3. 다른 곳과 이어지도록 길을 내거나 만들다
 - 찻길을 너무 많이 뚫으니 자동차 오가는 소리로 시끄럽다
 - 기찻길을 뚫는다며 국립공원까지 파헤치니 숲이 끙끙 앓는다
4. 가로막거나 걸리적거리는 것을 없애거나 헤치거나 치우거나 비집다
 - 빽빽한 수비를 뚫고 들어와서 공을 뻥 찬다
 - 어둠을 뚫고 나온 빛 한 줄기
 - 사람 숲을 뚫고 겨우 왔어
5. 어렵거나 힘든 일을 잘 이기거나 헤치거나 견디다
 - 이 문제에서 뚫고 지나가기가 퍽 힘이 드는구나
 - 어려운 일은 아직 너로서는 뚫지 못할 수 있겠네
6.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앞으로 있을 일을 내다보다
 -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훤히 뚫지
 - 허술하게 지었다가는 곧 무너지겠다고 뚫어 보았다
7. 어려운 일을 풀거나 맡기거나 돈을 얻어 쓸 길을 찾다
 - 큰형은 학교를 마친 뒤 일자리를 뚫으려고 애쓴다
 - 돈줄 뚫을 생각은 그만하고, 봄인데 봄나물 캐러 가자
8. 깊이 살펴서 잘 알다
 -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기에 어떤 이야기이든 훤히 뚫는다고 한다
 - 딱지치기라면 나만큼 잘 뚫는 사람도 없을걸

꿰뚫다
1. 이쪽에서 저쪽까지 구멍을 내어 지나가다
 - 새총으로 나뭇잎을 겨냥해서 한복판을 꿰뚫었다
 - 비행기가 뭉게구름을 꿰뚫고 멀리 날아간다
2. 길이나 물줄기가 어느 곳 사이로 나다
 - 숲을 꿰뚫는 고속도로 때문에 나무가 아파 해요
 - 동네 한복판을 꿰뚫는 길을 새로 놓는다고 한다
 - 아주 옛날부터 마을 한복판을 꿰뚫고 흐르는 냇물
3. 줄거리나 속내를 잘 알다
 - 그 자리에 없었는데 말만 듣고도 그 일을 슬기롭게 꿰뚫는구나
 -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는지 꿰뚫어 보는 어머니
 - 꽃이 피고 지는 한살이를 훤히 꿰뚫는다


가로지르다
1. 이쪽과 저쪽 사이에 기다란 것을 가로로 꽂거나 놓다
 - 문을 가로질러 잠그면 무슨 수를 써도 안 열리더라
 - 우리 시골집에는 빗장을 가로지르는 문이 있어
2. 가로로 지르면서 지나다
 -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노는 아이들
 - 넓은 들을 가로지르면서 신나게 달린다
3.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가다
 - 머뭇거리지 말고 얼른 가로지르자
 - 돌아갈 길이 멀기에 냇물을 가로지르기로 한다
4. 어느 곳을 차근차근 지나가다
 - 지구별 모든 나라를 자전거로 가로질러 보고 싶다
 - 동무들과 아름다운 숲길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부른다
5. 이쪽과 저쪽 사이를 넘나들다
 - 이 책은 수학과 문학을 가로지른다고 한다
 - 한 가지에만 매이지 않고 여러 갈래를 가로지르면서 배운다
 - 새봄에 개구리 노래를 들으며 어제에서 오늘을 가로지르는 삶을 돌아본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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