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8] 죽여버릴 거야
일곱 살 아이가 만화책 《안녕 자두야》를 읽다가 다가옵니다. “아버지, 여기 왜 ‘죽여버릴 거야’라고 나와? 나, ‘죽여버리’는 거 싫어. 이 말 고쳐 줘.” “그래, 왜 이렇게 말할까.” 어떤 말로 고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꾸짖을 테야’나 ‘때려 줄 테야’를 떠올립니다. 더 생각해 보다가 ‘혼낼 거야’로 고쳐 줍니다. ‘魂내다’는 ‘꾸짖다’를 뜻하는 낱말인데, 만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는 이쯤으로 손질해도 잘 어울리겠지요. 그나저나, 왜 만화책에 ‘죽여버릴’ 같은 낱말이 나와야 할까요. 어른들은 왜 이런 말로 누군가를 윽박지르거나 외치는 느낌을 담으려 할까요.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고 배우면 무엇이 좋을까요. 어른들은 말 한 마디로 마음을 살리거나 죽이는 줄 어느 만큼 헤아리는가요. 4347.3.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