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6] 배짱
일본사람은 한자말 ‘근성(根性)’을 ‘곤조’로 읽어요. 한국에서는 한자말 ‘근성’을 무척 단단하며 야무진 매무새를 가리킬 적에 쓰곤 하는데, 이 한자말을 일본사람이 읽는 ‘곤조’로 받아들이는 자리에서는 다른 느낌이나 뜻을 담으려 해요. 이를테면 ‘골부림’이라거나 ‘고약한 외곬’로 여긴다고 할까요.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친 탓에 이 땅에는 일본말이나 일본 한자말이 너무 많이 퍼졌어요. ‘근성’이나 ‘곤조’ 같은 말이 함부로 스며들기 앞서는 ‘배짱’이라는 낱말을 썼어요. 두둑한 배짱이라느니, 배짱이 있게 산다느니, 하면서 스스로 단단하면서 야무지게 먹는 마음씨를 가리켰습니다. 아무래도 어느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이나 마음이나 넋이 달라질 테니, 슬기로우면서 착하고 참다운 빛을 누리고 싶다면, 낱말 하나도 슬기로우면서 착하고 참답게 다스려야지 싶어요. 우리들이 갖출 매무새라면 배짱이어야지 싶어요. 우리들이 걸어갈 길이라면 배짱 있는 씩씩함이어야지 싶어요. 우리들이 아끼고 사랑할 넋이라면 배짱이 두둑하면서 착한 눈빛이어야지 싶어요. 4347.3.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