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 바람이 (도서관일기 2014.3.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따순 바람이 분다. 드디어 도서관 창문을 모두 활짝 열 수 있다. 바람이 드세지 않기도 하고, 바람이 차갑지 않기도 하다. 아니, 봄바람이 살랑살랑 보드랍다. 봄바람이 포근하게 감돈다. 도서관 건물 둘레로 봄꽃이 올망졸망 피어난다. 동백꽃도 수선화도 예쁘게 핀다.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앉은뱅이꽃도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한다. 봄이란 얼마나 아름다우면서 반가운 날씨인가 새삼스레 헤아린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인데, 해마다 새롭고 해마다 반갑다. 언제나 똑같이 맞이하는 봄인데, 늘 다른 숨결과 이야기가 피어난다.
달력에 적힌 숫자로는 다를 것 없으리라. 시간과 철과 때를 숫자로만 따지면 딱히 볼 것이 없으리라. 날과 달과 철과 해를 숫자 아닌 삶으로 읽고, 바람과 볕과 빗물과 흙과 풀로 읽는다면, 삶이 아주 넉넉하고 알차겠구나 싶다.
아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논다. 큰아이는 워낙 사다리를 잘 타기도 했는데, 작은아이도 사다리를 제법 잘 오른다. 넓은 도서관 골마루를 이리 달리고 저리 뛴다. 그저 달리고 뛰면서도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 도서관을 나무바닥인 골마루인 건물에 들인 까닭은, 골마루에서 뛰거나 달리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무바닥을 밟는 느낌과 소리가 즐겁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도 시멘트나 대리석이나 돌로 된 바닥이 아닌 나무로 댄 바닥이라면 훨씬 나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고, 마을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바람에 묻어나는 따사로운 결과 내음을 맡는다. 봄에는 하루 내내 해바라기를 하며 일해도 즐겁다. 봄에는 햇살 고운 곳에 걸상을 내놓고 앉아서 책을 읽어도 즐겁다. 봄에는 무엇을 해도 즐겁다. 봄에는 들과 숲에서 싱그러운 노래를 먹을 수 있어 즐겁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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