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책을 읽으면 손때가 탄다. 새책도 헌책도 모두 손때가 탄다. 손때가 타지 않도록 책을 읽으려면 장갑을 끼면 된다. 장갑을 끼고 책을 읽으면 손때가 타지 않는다. 다만, 장갑을 낀 채 책을 읽으면, 책장이 하나씩 넘어가면서 책이 살짝 부푼다. 아무도 넘기지 않은 책은 부풀지 않고 납작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갓 만든 책마다 가볍게 붙은 책장을 톡톡 떼는 셈이다.


  새책방에 놓인 새책도 사람들이 살짝살짝 들추거나 살피려고 건드리면 손때가 탄다. 스스로 장만할 생각이 아니라면 새책방에 놓인 새책을 섣불리 건드리지 말 노릇이다. 왜냐하면, 내가 건드려서 손때를 남긴 책을 다른 책손이 장만하고픈 마음이 안 들 수 있으니까.


  헌책방에는 손때가 탄 책이 들어온다. 손때가 들어온 책을 읽거나 살필 적에는 여러모로 홀가분하다. 새책방처럼 내 손때가 더 탈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외려 헌책방에서는 손때가 탄 책이 읽기에 좋다. 한 차례나 두 차례 손때가 탄 책은 종이가 잘 넘어간다. 손때가 탄 책은 손끝을 베지 않는다. 손때가 안 탄 책은 잘못 넘기다가 손끝이 베어 핏물이 책에 뚝뚝 떨어지기도 하지만, 손때가 잘 탄 책은 잘못 넘기더라도 바스락 소리가 날 뿐 손끝을 베지 않고 종이도 구겨지지 않는다. 4347.3.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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