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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로리 2
코야마 아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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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27
한숨을 돌리고 하늘을 봐요
― 치로리 2
코야마 아이코 글·그림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7.30.
나는 하늘바라기를 좋아합니다. 언제부터 하늘바라기를 좋아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갓난쟁이였을 적부터 좋아했는지 모르고, 내가 오늘 이 몸으로 태어나 살기 앞서 먼먼 옛날부터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늘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도시에서 살 적에도 언제나 하늘바라기를 했어요. 도시에서는 하늘바라기를 할 만한 살림집을 찾아 깃들었고, 하늘바라기를 하며 지낼 만한 일자리를 찾았어요.
- ‘빨리, 말하고 싶다.’ (20∼21쪽)
- ‘다 읽었네. 치로리는 아직도 자고 있고. 심심해.’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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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자전거마실을 다닐 적에 언제나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두 아이 손을 잡고 들길을 거닐 적에 늘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 때에도 하늘바라기를 하며,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복닥일 적에도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하늘은 곱게 파랗습니다. 하늘은 짙게 파랗습니다. 하늘은 맑게 파랗습니다.
시골 아닌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좀 매캐하지요. 하늘빛도 뿌옇고 바람도 뿌얘요. 서울바람이나 부산바람은 그리 맛나지 않습니다. 아니, 맛날 수 없을는지 몰라요.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서울바람과 부산바람을 먹어요. 몸에 좋지 않은 줄 느끼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채 서울바람과 부산바람을 먹는 사람이 매우 많아요.
- ‘빨갛다, 빨갛다. 하얗다. 빨갛다. 하얗다, 하얗다. 빨갛다. 이 하얗고 빨간 열매 좀 봐.’ (60∼61쪽)
- “왠지 가슴이 막 두근두근 떨려요.” “나도! 꿈처럼 달콤한 맛이라는데 그게 대관절.”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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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침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낮에 낮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녁에 저녁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때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으로 노래를 담습니다. 날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 가득 노래를 가다듬습니다.
삼백예순닷새 늘 같은 새를 마주해도 늘 다른 빛을 느낍니다. 삼백예순닷새 늘 같은 하늘을 바라보아도 늘 다른 숨결을 느낍니다.
노래란 무엇일까요. 삶을 밝히는 노래란 무엇일까요. 아침에 잠에서 깬 일곱 살 큰아이가 잠자리에 누운 채 노래를 부릅니다. 내가 두 아이한테 날마다 불러 주는 노래를 아이 스스로 부릅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들려주는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요. 아이는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부를까요.
- “저어, 좀 전에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네?” “(제가) 컵 깨기 전에.” “아아. ‘오늘은 물결이 참 좋네요.’라고.” (85∼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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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야마 아이코 님 만화책 《치로리》(대원씨아이,2013) 둘째 권을 읽습니다. 첫째 권에 이어 둘째 권에서도 상냥하고 보드라운 바람이 불듯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군말이 없이 차분하게 감도는 이야기가 따스합니다.
가만히 보면, 하늘바라기를 할 적에 딱히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하고도 딱히 말을 섞지 않습니다. 서로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시원합니다. 같이 하늘바라기를 하는 동안 마음을 탁 틔웁니다. 만화책 《치로리》는 우리들이 저마다 가슴속으로 품는 고운 빛을 그저 곱고 보드랍게 건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인력거를 타고 달려 볼까요?” “그래. 그래야지. 이대로는 아무것도 쓸 수 없으니까.” …… “아앗, 진짜! 왜 최악의 사태만 벌어지는 거야? 첫 장부터 이딴 걸 쓰라고?” (143∼145쪽)
어디에서 살아가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시골이기에 더 아름다운 삶터는 아닙니다. 도시이기에 더 멋스러운 삶터는 아닙니다. 어느 곳에서 살든 하늘숨을 마실 적에 아름답습니다. 어느 삶터에서 살림을 가꾸든 하늘빛을 마실 적에 즐겁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구를 이웃으로 삼거나 동무로 사귀든 하늘내음을 마실 적에 사랑스럽습니다.
노래하는 삶이 되도록 씨앗 한 톨을 심어요. 춤추는 삶이 되도록 풀 한 포기를 보살펴요. 꿈꾸는 삶이 되도록 꽃 한 송이를 마주해요. 이야기하는 삶이 되도록 나무 한 그루를 어루만져요.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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