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놓친 글

 


  마감을 놓쳐서 글을 쓰는 일이 없는데, 지난 한 주는 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밤까지 시골집을 비우느라 그만 한 가지 글을 놓쳤다. 바깥마실을 나온 월요일에 전화를 받아 글 하나를 쓰기로 했는데,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시골집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돌아올 수 있겠거니 여겼는데, 여러모로 늦었다. 이러다 보니 시골집에 돌아와서도 몸을 추스르지 못해 글을 못 썼고, 오늘 새벽에 겨우 글을 마무리지었다.


  나한테 글을 써서 보내 달라 하신 분은 주말에 편집을 마치고 월요일에 인쇄를 넣으려 했을 텐데, 참 많이 늦었다. 어쩌면 이 글은 잡지에 못 실릴 수 있겠구나 싶다. 그렇지만 씩씩하게 글을 쓴다. 왜냐하면, 마감을 놓쳤다 하더라도 나로서는 쓰고 싶던 글이기 때문이다. 글을 쓸 적에는 글을 받는 분한테 맞추어 쓰는 터라, 이 글은 다른 데에 쓰지 못한다. 오직 그곳에만 쓴다. 게다가 봄철에 맞게 썼으니 다른 때에는 쓸 수도 없겠지.


  아침해가 솟으면서 아침새가 노래한다. 어제 봉오리를 벌린 복숭아꽃이 오늘 아침에 아주 곱다. 조그마한 복숭아나무에 맺은 조그마한 복숭아꽃은 서너 송이만으로도 복숭아꽃내음을 온 집안에 퍼뜨린다. 내 글 한 줄이 복숭아꽃처럼 고운 내음으로 퍼질 수 있기를 빈다.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쓰기 삶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