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적지근한 다리

 


  닷새에 걸쳐 바깥마실을 하고 돌아온 첫날, 몸이 이럭저럭 괜찮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붙지 않는다. 무거운 책짐을 짊어지면서 꽤 오래 돌아다니거나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깥마실을 할 적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시골집으로 돌아와서 모든 고단함이 확 밀려든 듯하다. 아침에 우리 집 풀을 뜯어서 아이들한테 차리기는 했지만, 저녁은 밥을 따로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하면서 씩씩하게 놀고 잘 지낸다. 작은아이는 낮잠 한 숨 잤으며, 큰아이는 저녁에 잠자리에 눕혀 자장노래를 부르니 이내 곯아떨어졌다. 오늘 하루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면 이튿날 아침부터 다리에 새롭게 힘이 붙을까.


  아이들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내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자란다. 나는 아이들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란다. 잠자리에서 큰아이가 “아버지 좋아요.”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말을 받아서 “아버지 좋아요.” 하고 나란히 말한다. 나도 “사름벼리 좋아요. 산들보라 좋아요.” 하고 말한다. 꿈나라에서도 다 같이 신나게 놀자.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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