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작은아이가 ‘장난감’을 찾는다. 응? 웬 장난감? 온 집안이 너희 장난감으로 넘치잖아? 자는방에 너랑 누나가 갖다 놓은 장난감도 있잖아? “쉬 마렵니?” “응.” “그럼 바지 내리렴.” 작은아이 오줌을 받은 통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바지 올리고.” 풀밭에 작은아이 오줌을 뿌린 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이 그득하다. 별자리를 하나하나 헤아려 본다. 서양이름으로 된 별자리를 읊다가, 이 나라 옛사람은 저 별마다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그려 본다. 나라마다 겨레마다 별자리를 다르게 가리켰겠지. 나라와 겨레마다 별자리 이름이 서로 다르겠지. 모두 같은 별자리를 놓고 서로 다른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이며 살아왔겠지. “보라야, 안아 줄까?” 작은아이가 졸린 듯해서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말없이 고개를 폭폭 가슴에 처박는다. 싱글싱글 웃기도 하고 손가락놀이를 한다. 문득 손가락을 쥐어 내 코에 댄다. 음, 그렇구나. “자, 손발 씻으러 가자. 벼리야, 너도 손발 씻자.” 작은아이 양말을 벗기고 소매를 걷는다. 작은아이부터 발과 손을 씻긴다. 작은아이는 바지를 내려 주고 소매는 스스로 내리라고 말한다. 큰아이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소매를 걷을 줄 알며, 다 씻고 나서 스스로 천으로 물기를 훔친 뒤 다시 소매를 내릴 줄 안다. “아버지, 양말은? 빨아?” “얼마나 신었어?” “많이.” “그럼 빨자.” “보라 꺼는?” “보라 양말 저기 있잖아.” “없어.” 큰아이가 방으로 콩콩 달려가더니 “보라야, 양말 줘, 빨아야지.” 작은아이는 그새 제 양말을 가져가서 혼자 신은 듯하다. 그렇구나. 작은아이도 이제 혼자 양말 신고 벗는 재미를 익혔구나. 발을 씻고 웬 양말을 다시 신니. 잠자리에 눕힌 뒤 작은아이더러 “자, 잘 때에는 양말을 벗자.” 하고 이야기하니 스스로 벗는다. 이불을 여민다. 빨래를 방에 옷걸이에 꿰어 넌다. 모두 잘 자렴. 즐겁게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새롭게 놀자.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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