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사람 내쫓는 막공사·막개발
고흥 길타래
13―광주학생임해수련원
나는 고흥사람입니다. 나는 고흥군수가 아닙니다. 나는 광주사람이 아니고, 서울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고흥 도화면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고흥이 즐거워 고흥에서 살아갑니다. 고흥군 도화면 시골마을에서 지내며, 곧잘 자전거에 아이 둘을 태워 발포 바닷가로 마실을
갑니다. 때로는 도화면 택시를 불러 네 식구가 나란히 발포 바닷가로 바닷바람을 쐬면서 바닷물을 누리려고 갑니다.
발포 바닷가를 처음 찾아간 때는 2011년입니다. 이때에 발포 바닷가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듬해
봄까지도 발포 바닷가에는 ‘국립공원 알림 팻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여름 어느 날 ‘국립공원 알림 팻말’을 누군가 페인트로
지웠습니다. 2013년으로 접어드니 ‘국립공원 알림 팻말’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14년을 앞둔 2013년 12월 26일에 발포
바닷가 한쪽에서 ‘광주학생임해수련원’ 공사를 벌입니다.
2014년 3월 15일에 군내버스를 타고 발포 바닷가를 찾아갑니다. 아직 봄바다는 따스하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까지 하지는
못하고 모래밭놀이만 합니다. 발포리 상촌마을부터 발포 바닷가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이들은 멧자락 한쪽이 시뻘겋게 흙이 드러난 채 파헤쳐진 모습을
보며 말합니다. “뭐야, 누가 여기를 이렇게 망가뜨렸어?”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는 나무를 모조리 베고 커다란 장비가 멧자락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립니다. 나는 이 공사
모습을 바라보며 숨이 멎습니다. 발포 바닷가는 오래도록 국립공원이었습니다. 국립공원이 왜 해제되고 누가 해제시켰는지 모르겠으나, 국립공원에서
해제되었다고 해서 발포 바닷가를 아무렇게나 망가뜨리거나 숲을 밀거나 나무를 베어 죽여도 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발포마을 주민들 ‘재산권’도 문제입니다만, 재산권에 앞서, 이곳 멧자락을 ‘부지 매입’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 사들여서 ‘수련원
문화시설 착공’이라는 이름을 들이대어도 될 만한지 알쏭달쏭합니다.
발포 바닷물이 아직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나는 신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급니다. 그러고는 발포 바닷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고
죽는가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고흥군수님한테 묻고 싶으며, 고흥사람한테 묻고 싶습니다. 광주시장님한테 묻고 싶으며, 광주사람한테 묻고 싶습니다. 국립공원을 해제시켜서
이렇게 숲을 망가뜨리면서 짓는 ‘청소년임해수련원’이 ‘광주 전라 청소년과 주민’한테 얼마나 즐겁거나 아름다운 시설이 될 수 있을까요? 광주시에서
220억 원을 들여 어떤 시설 하나 지을 수 있는지 모릅니다만, 이 아름다운 바닷가 숲을 가꾸거나 지키려면 200조 원이 들어도
모자랍니다.
국립공원 바닷가가 아름다운 까닭은 커다란 시설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국립공원 바닷가는 맑은 바람과 바닷물이 있는 한편,
바닷가를 둘러싼 숲이 나무로 우거지면서 농약과 공장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중장비가 시끄럽게 굴러다니는 발포
바닷가는 이제 ‘광주 것’이 되겠지요. 이제 이곳은 ‘고흥사람 쉼터’가 될 수 없겠지요. 이런 시설을 짓는 일은 ‘고흥 발전 투자’가 될 수
없으며, 고흥 발전조차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흥 주민이 고흥을 떠나도록 부추기는 일이 됩니다. 고흥군 인구가 2014년에 7만 밑으로
떨어질까 걱정한다면, 이런 막공사를 이제라도 멈추기를 바랍니다. 이런 막공사가 자꾸 벌어지면, 앞으로 고흥 인구는 7만은커녕 5만도 3만도
1만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만 합니다. 깨끗하고 조용한 바닷가를 망가뜨리는데, 어떤 고흥 토박이가 고흥에 앞으로도 살고 싶겠으며, 어떤
도시내기가 고흥이 좋다고 이곳으로 귀촌을 하겠습니까? 막공사가 벌어지면서, 발포 바닷가 후박나무들이 한 그루 두 그루 시들어 죽습니다. 시들어
죽는 아픈 후박나무 줄기를 쓰다듬다가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길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