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피아노 연주

 


  춘천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춘천에서 어느 책쉼터(북카페)에 들러 다리를 쉬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늦은저녁을 먹는데, ‘깜짝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우리가 앉은 자리 뒤쪽에서 맥주를 마시던 분들이 있는데,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문득 한 사람이 일어나서 피아노 앞에 앉더니 아주 익숙한 손놀림으로 노랫가락을 들려준다. 한참 피아노를 치고는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머리카락이 허연 저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피아노 깜짝 연주를 하던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일어서서 나갈 적에 이녁이 누구인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에 태백시 부시장을 맡은 적이 있고, 올해에 춘천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사람이란다. 춘천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적에 김유정문학마을을 마련하도록 힘쓰기도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분 정치 성향이라든지 어느 정당에서 후보로 나온다든지 잘 모른다. 다만, 책쉼터 한쪽에 놓인 피아노 앞에 조용히 앉아서 노랫가락을 들려주던 손길을 떠올린다. 피아노를 치는 공무원이 있구나, 피아노를 치는 ‘부시장’이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 살던 인천에 피아노를 치는 시장이나 공무원은 있을까? 없지는 않겠지. 내가 오늘 곁님과 아이들과 살아가는 고흥군에는 군수나 공무원 가운데 피아노를 친다든지 대금을 분다든지 하모니카를 읊는다든지 하는 분이 있을까.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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