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길을 묻는데
월요일에 고흥을 떠나 순천을 지나 통영에 닿은 뒤 시외버스로 다시 마산에 갈 적이다. 길을 잘 모르겠기에 시외버스역 일꾼한테 어느 곳으로 걸어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느냐고 길을 여쭈는데, 한심하다는 말투로 거기까지 걸어갈 생각 말고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하면서 내 고무신을 흘낏 보더니 “저기 마트에 가서 신부터 사서 신으쇼.” 하고 내뱉는다.
이런 이들하고는 말을 섞을 일이 없을 뿐더러,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아깝기에 혀를 쯔쯔 차고는 내 갈 길을 갔다. 먼 길이건 가까운 길이건 자가용을 몰든 택시를 타든 천천히 걷든 그곳을 가는 사람 마음이다. 나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은 천천히 걸어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니 걸어가는 길을 묻는데, 왜 뚱딴지 같은 이야기를 할까. 게다가 요즘 이 나라에서 고무신을 신고 다니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을까? 참 야릇한 사람들이다. 이런저런 일로 마산을 몇 차례 스치곤 했는데, 모든 마산사람이 이녁과 비슷하지는 않을 터이나, 이런 이들이 살아가는 곳은 스쳐서 지나가지도 말자는 생각이 든다.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