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고무신

 


  여관에 묵으며 몸을 씻는다. 웃옷과 양말과 머리띠를 빨래한다. 하얀 고무신도 빨래한다. 노란 빛깔 반소매 웃옷을 비비고 헹구는데 새까만 물이 끝없이 나온다.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채 여러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녔더니 땟국이 짙게 배었나 보다. 하얀 빛깔 고무신에서도 까만 땟물이 끝없이 나온다. 내 발도 지난 사흘 동안 얼마나 애써 주었다는 소리일까. 비비고 빨고 다시 비비고 또 헹군다. 까만 땟물이 그칠 때까지 빨래를 한다. 빨래를 다 마치고 옷걸이에 꿰어 널며 생각한다. 이튿날 시골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집 아이들 신도 빨아야겠네. 작은아이 하얀 고무신도 빨고, 큰아이 예쁜 신도 빨아야겠네.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찾아왔으니, 새봄에 신을 신들도 새로 빨아서 햇볕에 말려야겠네. 4347.3.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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