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책읽기

 


  사무실에 스스로 갇혀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공장에 깃들어 기계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은 빈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손이 잘리거나 물건이 망가지니 노래를 부를 수 없다. 햇볕을 쬐지 못하니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바람을 마시지 못하고 빗물을 받아먹지 못하니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꽃내음과 풀내음이 없는 자리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구름과 무지개를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는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하고 나란히 살아가지 못하는 데에서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노래를 잊거나 잃는다. 이제 사람들은 스스로 노래를 짓지 못한다. 이제 사람들은 방송에서 흐르는 대중노래를 소비하기만 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녁 삶이 노래가 되는 줄 깨닫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이녁 삶에서 날마다 노래가 태어나거나 자라는 흐름을 바라보지 못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녁 아이한테 노래를 물려주지 못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녁 하루에 노래를 담지 않으니, 노래하는 사랑과 꿈을 모른다. 이제 사람들은 책을 노래하듯이 읽거나 쓰지 못한다. 4347.3.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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