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받침꽃과 등잔풀(등대풀) 푸른 빛

 


  새봄에 돋는 풀꽃은 으레 하얗거나 발그스름하거나 파르스름하거나 노르스름하다. 그런데, 이런 알록달록 봄꽃잔치 사이에서 푸르스름한 빛으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불받침꽃’이요 ‘등잔풀꽃’이다. 일본 풀이름으로는 ‘등대풀’이다.


  아이들과 함께 발포 바닷가에 찾아가서 바닷바람을 쐬며 쉬는데, 발밑에 알록달록 앙증맞게 올라온 너를 보고는 사뭇 반갑다. 네 곁에 함께 피어나는 봄까지꽃을 보면서 더욱 반갑다. 봄까지꽃은 꽃송이가 갓난쟁이 손톱보다 훨씬 작은데, 불받침꽃 너도 그리 크지는 않구나. 아마 네가 꽃인 줄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너를 꽃으로 여기며 예뻐 할 사람도 아주 없지 않을까.


  나는 너한테 새롭게 이름을 붙여 주고 싶다. 푸르스름한 잎사귀가 벌어져 받침을 이루고, 푸른 받침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맺는 풀빛 꽃송이를 떠올리면서, 너는 푸른 불꽃을 받치는 꽃이라고, ‘불받침꽃’이라고 이름을 붙여 본다. 봄을 밝히는 푸른 불꽃이 되자. 봄을 환하게 노래하는 푸른 불씨가 되자.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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