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03. 할머니 보퉁이
마을 할매가 광주로 마실을 갑니다. 할매는 귤상자를 보자기로 싸서 들고 갑니다. 상자는 귤상자이지만 속에는 온갖 먹을거리가 담겼겠지요. 시골에서 흙을 일구어 거둔 여러 가지를 이래저래 손질하고 여러모로 버무린 먹을거리가 가득하겠지요. 할매는 짐보퉁이가 무거워 잘 들지도 못하시는데, 이 보퉁이를 땀을 빼며 들고 갑니다. 택배로 부쳐도 좋으련만 택배값 얼마를 아끼고 싶으실 테고, 할배 경운기를 빌어 우체국까지 다녀오는 길도 멉니다. 깨지거나 쏟아지는 먹을거리는 섣불리 택배로 못 부치기도 합니다. 그러면, 도시로 떠나 살아가는 이녁 딸아들이 시골로 찾아와서 이 보퉁이를 가지러 들를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할매는 이녁 아이들을 보러 마실을 떠날 적에 빈손으로 가지 못합니다. 이것 챙기고 저것 꾸리다 보니 어느새 매우 묵직한 보퉁이가 됩니다. 2014.3.13.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