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놀이 10 - 치우면서 놀기
빨래터를 치울 적에 으레 마을 할머니들이 옆을 지나간다. 마을회관으로 마실오는 길에 빨래터에서 소리가 나니 들여다보시는데, 우리를 보며 으레 “치운데 샘 치우냐?” 하고 물으신다. 빨래터는 오래된 빨래터이면서, 예전에는 이곳에서 물을 길어다 썼기에 샘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을 할머니들은 모두 ‘샘 치우기’라 말씀하시는 듯하다. 예나 이제나 샘터이기는 똑같지만, 이제 샘터로 물을 길러 나오는 사람이 없기에 물이끼가 낀다. 물이끼를 걷는다. 넓적한 바가지로 물이끼 낀 물을 퍼낸다. 두 아이는 일을 살짝 거들다가 빨래터를 이리저리 돌면서 논다. 담타기도 하고 찰방찰방 물을 밟고 걸으며, 다슬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큰아이는 동생 겉옷을 벗겨 주고 다시 입혀 준다. 차츰 날이 따뜻해지니, 곧 마을 빨래터이자 샘터는 우리 아이들 물놀이터가 되겠지. 4347.3.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