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9] 정치

 


  숲에서는
  정치를 하는 목숨 하나 없으나
  다 함께 잘 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기에 정치가 안 된다고 느낍니다. 대통령이 있기에 나라살림을 말아먹고, 국회의원이 있기에 세금을 훔친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반장이라고 수업을 안 들어도 되거나 빠져도 되지 않아요. 다 똑같이 배우고 함께 살면서 ‘반장 자리는 돌아가면서 누구나 할’ 뿐입니다. 누구나 다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이니 전담제여야 할 까닭이 없고, 연금을 받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텃밭을 일굴 노릇이고, 국회의원도 자전거와 버스를 탈 노릇입니다. 공동체이니 공화제이니 민주주의이니 사회주의이니 따질 일은 없습니다. 숲을 보면 되고, 바다에서 배우면 돼요.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은 정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과 바닷물과 물고기와 물풀과 흙은 정치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함께 잘 살려면, 이름표도 은행계좌도 권력도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함께 땀흘리며 웃고 노래하면서 살아야지요.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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