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3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25

 


밥하고 살림하는 즐거움을 함께
― 신부 이야기 3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1.8.31.

 


  국을 맛있게 끓이려면 맛있게 끓이면 됩니다. 국을 맛없게 끓이려면 맛없게 끓이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맛있게 먹을 국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담아 맛있게 끓이면 국이 맛있습니다. 맛있게 먹을 국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마음을 담지 못하면 맛없는 국이 됩니다.


  몸을 씻을 적이나 청소를 할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몸을 깨끗이 하려는 마음이 되어 즐겁게 몸을 씻으면 깨끗합니다. 집안이나 마을을 깨끗이 하려는 마음이 되어 기쁘게 청소를 하면 깨끗해요.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면 됩니다. 다른 재주나 솜씨가 있어야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글에 담고픈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넋을 담으면 글을 잘 써요.


- “만일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들르시는 건 어떨까요? 손님이 오시면 어머님도 기뻐하실 테고, 아직 묵을 곳도 정하지 않으신 모양이니.” (19쪽)
- “옛날에는 저 멀리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았지만, 모두 팔았답니다. 둘이서는 다 돌볼 수도 없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힘드니까요. 그래서 당분간 먹고살 돈은 있어요.” (41쪽)

 


  지구별 많은 나라에서 밥하거나 살림하는 몫을 으레 어머니가 맡습니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비슷합니다. 아버지가 즐겁게 밥을 하거나 살림을 맡는 일이 몹시 드뭅니다. 아버지는 밥을 안 하고 무엇을 할까요? 아버지는 살림을 안 맡고 무엇을 맡을까요?


  아버지 자리에 선 사람은 으레 집 바깥을 나돌면서 돈을 벌곤 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선 사람은 으레 집 바깥에서 정치를 하거나 문화를 하거나 교육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면 집안에 머물려 하지 않아요. 돈을 벌어야 아버지 구실을 하는 듯 여깁니다. 아이키우기는 어머니한테 도맡기고는 하루 내내 집 바깥을 맴도는 아버지가 대단히 많습니다. 밥하는 솜씨가 없다면서 아예 부엌에 얼씬하지 않는 아버지가 참 많습니다.


  어머니 자리에 서는 사람은 태어날 적부터 밥하기를 잘 하는 몸으로 태어났을까 궁금합니다. 어머니 자리에 서는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집살림을 잘 맡을 만한 몸으로 태어났을는지 궁금합니다.


  아니겠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어느 한 가지만 하도록 태어난 몸이 아니겠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서로 삶을 가꾸고 사랑을 돌보는 자리에 서려고 태어났겠지요.


- “어머님의 마음은 기쁘지만, 제 일은 제가 결정해야지요.” (75쪽)
- “생각해 보면 언제나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아닌가. 그저 살아가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그런 곳에서, 대대로 살아왔던 사람들.” (78쪽)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참 잘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를 잘 탄다는 생각조차 잊습니다. 자전거를 아름답게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와 한몸이 될 뿐 아니라 한마음이 되어 움직입니다.


  성악을 배우니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요. 가르침을 받거나 학원을 다니기에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요. 마음속에서 샘솟는 즐거운 웃음빛과 눈물꽃이 있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운 가락과 말마디가 깨어나 노래가 됩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듣기에 좋거나 아름다운 까닭은, 아이들이 이런 틀이나 저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 아니에요. 스스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노래를 즐겁게 부르기에 아이들 목소리에 실린 노래가 좋거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니까, 밥하는 즐거움이란 밥 한 그릇에 사랑을 담는 즐거움입니다. 집살림 꾸리는 즐거움이란 집안을 돌보면서 심는 사랑씨앗과 같은 즐거움입니다.


- “어디 가까운 집으로 가 볼까? 다들 식사할 때잖아.” “음, 하지만 여기 음식도 맛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함께 먹고 가죠.” “그럴까? 그것도 좋겠네.” “네? 기, 길에서 군것질을 하자고요?” “아, 그렇구아, 여자들이 있었지.” (145쪽)
- “꿩도 맛있을 것 같네요.” “꿩?” “지금 사도 요리는 못하잖아?” “여기서 구워 달라고 하면 돼요.” (151∼1152쪽)

 


  모리 카오루 님 만화책 《신부 이야기》(대원씨아이,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중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새삼스레 들여다봅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중동아시아 사내들은 밥을 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살림을 꾸리지 않습니다. 오직 가시내만 밥을 하고 바느질을 하며 살림을 꾸립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사내들이 밥을 하지만, 길이나 저잣거리에서는 사내들이 밥을 합니다. 저잣거리에서 군것질을 하는데, 밥을 하는 사람도 밥을 사다 먹는 사람도 거의 다 사내입니다.


- “만약 이곳을 떠나는 데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행복이 있다고 하지요.” (165쪽)
- “알리 씨는 왜 이 일을 하시죠?” “돈 때문이지 뭐. 수입이 좋으니까.” “아, 돈이요.” “어디 필요한 데라도 있나요?” “아내를 얻으려고 말이야. 예물 말이야. 예물을 구해서 아내를 얻을 거야.” (193∼194쪽)

 


  곰곰이 돌아보면, 요리사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사내가 아주 많습니다. 제빵사 가운데에도 사내가 참 많습니다. 횟집에서건 여느 밥집에서건, 사내들이 참 많이 일합니다. 사내들은 집안에서 집밥을 차리는 일이 드물지만, 집밖에서는 바깥밥을 차리는 일이 아주 흔해요. 게다가, 집밖에서 바깥밥 차리는 사내를 놓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나무라거나 놀리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어요.


  호텔이건 레스토랑이건 똑같아요. 요리사도 종업원도 청소부도 사내가 참 많습니다. 사내들이 밥을 차리고 밥상을 꾸미며 비질과 걸레질을 합니다. 그런데, 호텔이나 레스토랑이나 밥집이 아닌 ‘여느 살림집’이나 ‘여느 보금자리’로 가면, 사내들은 으레 손을 놓아요.


  집 바깥에서 일하느라 너무 지쳤기에 집에서는 일을 안 할까요. 집 바깥에서 힘을 다 쏟은 탓에 집에서는 사랑스러운 꿈을 꽃피우도록 힘을 쓰기 어려울까요.


  만화책 《신부 이야기》는 ‘신부’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신부’는 굴레가 되기도 하고 수렁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는 사랑이나 꿈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는 빛이 되기도 하면서 어둠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가 되어 웃는 사람이 있으나 ‘신부’가 되기에 우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삶을 가꾸는 하루일까요. 우리는 서로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어떻게 아끼는 하루일까요. 삶이 꽃이 되면 사랑도 살림도 꽃이 됩니다. 삶꽃을 가꾼다면, 사랑꽃과 살림꽃을 함께 가꿉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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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만화인데 완결이 되면 볼까 말까 생각중이네요.^^
생각을 참 오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4-03-14 22:2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런 만화는 으레 여러 해에 걸쳐서 연재를 하기 때문에, 마무리가 된 뒤에는 앞권들, 이를테면 1~3권은 절판이 되기 쉽답니다 ^^;;

모리 카오루 님은 한국에 애독자가 많아 쉬 절판되지 않을 테고, 절판되더라도 애장본으로 두 권씩 묶어 비싼 판으로 다시 나올 만하지만(엠마도 애장본으로 다시 나옵니다 ^^;;), 한창 연재될 적에 함께 즐기셔도 좋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