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3.12.
: 새 자전거를 알아보는 나날
- 지난 2010년 10월 12일부터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다녔다. 처음 자전거수레에 탄 큰아이는 무섭다 여겼으나 이내 수레 타는 맛을 익히면서 비가 오든 바람이 싱싱 불든 수레에 태워 달라 했다. 이때가 세 살 무렵이다. 큰아이는 네 살에도 다섯 살에도 수레에 탔다. 여섯 살부터 수레는 동생한테 물려주고 샛자전거로 넘어왔다. 내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달리는 동안에는 자전거 몸통만 무게를 받아들였는데, 샛자전거를 붙이니 안장받이가 샛자전거와 수레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수레만 붙이고 다닐 적에는 안장 조임쇠가 천천히 닳았으니, 수레에 샛자전거를 붙이니 안장 조임쇠가 금세 닳았다.
- 처음부터 워낙 튼튼한 자전거를 몰았으니, 자전거는 오늘도 튼튼하게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새 자전거를 하나 장만해서 샛자전거와 수레를 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16인치이기에 내 몸에 조금 작다. 내 몸에 작은 자전거라 하더라도 탈 만하니 안장을 많이 높여서 탔는데, 내 몸에 맞는 자전거를 몰면 안장을 그리 높이지 않아도 될 테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도 한결 수월하면서 잘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읍내에서 새 자전거를 알아볼까, 아니면 서울로 가서 새 자전거를 알아볼까 하고 여러 달 헤아려 보았다. 아직 뾰족한 수는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장만하는 돈이 모자라서? 지난달까지는 자전거값을 댈 돈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 공문서 순화 작업’을 거들었고, 지난달 끝무렵에 돈을 조금 모았다. 이 돈으로 썩 괜찮은 자전거를 장만하기에는 살짝 모자라지만, 아이들이 새봄에 자전거마실을 신나게 누리도록 이끌자면 하루 빨리 새 자전거를 장만해야겠다고 느낀다.
- 여러 달 이런저런 자전거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긴다. 바퀴가 작은 자전거하고 허머, 이렇게 두 가지 자전거만 타다 보니, 다른 자전거를 잘 모르겠다. 예전 일을 미루어 돌아보면, 30∼50만 원쯤을 들이는 자전거는 알맞지 않다. 이만 한 값을 치르는 자전거가 안 좋다는 소리가 아니라, 늘 80킬로그램을 뒤에 달고 시골길과 오르내리막을 두루 달리자면 어느 만큼 부품과 몸통이 튼튼하면서 좋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자전거가 버티지 못한다.
- 새 자전거를 장만할까 하고 살펴보다가 값이 만만하지 않아 한숨을 쉰다. 다른 분이 타다가 내놓는 자전거를 물려받을까 하고 살펴보다가 값이 얼추 맞는 자전거를 하나 본다. 인천에서 사는 형이 자전거값을 보태 주겠다 했으니 형을 믿고 이 자전거를 물려받을까. 어떻게든 다른 일을 더 해서 목돈을 모을까. 이달 삼월에는 새 자전거 마무리를 짓자. 아이들과 봄볕을 받으며 바닷가로 자전거마실을 가고 싶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