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8] 나이를 먹다

 


  나무는
  바람 햇볕 빗물을 먹으며
  해마다 새 꽃을 피운다.

 


  나이를 먹는 삶이란, 바람과 햇볕과 빗물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자라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기에 늙는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게 눈을 뜬다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어 늙은 사람이 아닌, 삶이 흐르는 결을 날마다 푼푼이 그러모아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누는 ‘늙음’이라고 느낍니다. 나무를 가리켜 늙었다고 말하지 않거든요. 삼백 살을 먹건 오백 살을 먹건 천 살을 먹건 나무는 늘 나무일 뿐이고, 사람도 서른 살이건 쉰 살이건 백 살이건 모두 똑같이 사람일 뿐입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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