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논밭을 지나면서
순천을 떠난 시외버스는 정안 쉼터를 거쳐 안산 바깥으로 접어든다. 차츰 안산과 가까울수록 논밭 한복판에 우람한 송전탑이 우뚝우뚝
서고 공장과 공단이 늘어난다. 안산 시내를 지날 적에는 높다란 아파트가 고속도로에 그늘을 드리운다. 안산을 벗어난 뒤 인천까지 줄줄이 공장이고
아파트이다.
나무를 생각하기 어렵고 들을 내다보기 힘들다. 숲을 찾을 수 없고 멧등성이는 없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볼까.
도시에서 지내면서 무엇을 마음속에 담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메마르고 추운 곳에서 날마다 쳇바퀴처럼 살고 일하며 버티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책을 손에 쥐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손에 손에
들고 무언가 꾹꾹 누르면서 들여다볼밖에 없지 않느냐 싶다. 손에 흙을 묻히지 않으니 곁에 책이 있기 어렵다. 눈에 풀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둘레에
책이 숨쉬기 어렵다. 4347.3.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