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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작은 집 ㅣ 웅진 세계그림책 89
헬렌 크레이그 그림, 주디 하인들리 글,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1
봄볕을 먹는 봄아이
― 로지의 작은 집
헬렌 크레이그 그림
주디 하인들리 글
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3.3.30.
어제 낮 아이들과 들길을 걷다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은 듯합니다. 고로록 소리가 나기에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데, 고로록 소리가 다시 들리지 않습니다. 참말 개구리가 깨어나서 고로록 울었으면, 사람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울음을 그쳤겠지요. 개구리는 사람 발걸음을 아주 잘 느끼거든요. 걸음을 뚝 멈추어도 곧바로 다시 울지 않아요. 개구리는 잘 알거든요. 덩치 큰 누군가 가까이에 있으면 다시 움직여서 떠날 때까지 꼼짝을 않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새한테 잡아먹힌다고 몸으로 알지 싶어요.
집으로 돌아오며 날짜를 헤아리니 며칠 뒤면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날입니다. 개구리는 달력 날짜대로 깨어나지 않습니다. 해마다 비슷한 때에 날씨와 바람을 헤아려 씩씩하게 바깥으로 나와요. 논도랑으로 나오고, 물가로 나옵니다. 흙이 촉촉한 풀숲으로 나오고, 못가로 나옵니다. 바야흐로 개구리가 깨어난다면, 개구리한테 먹이가 될 모기와 파리도 깨어난다는 뜻일까요. 아무렴, 그렇겠지요.
.. 로지는 바빠졌어요. “여기가 내 집이래요. 모두 다 내 거래요!” 노래를 부르면서 집 안을 깨끗이 쓸고, 말끔히 닦고, 가지런히 정리했지요 .. (6쪽)
개구리가 깨어난 뒤에는 풀벌레도 깨어납니다. 풀거미는 진작 깨어났습니다. 집거미는 아직 안 보입니다. 풀밭마다 풀거미가 볼볼볼 기어다니는 모습을 봅니다. 무당벌레도 어느새 깨어났습니다. 아이들 옷자락에 묻어 무당벌레 한 마리 집안으로 들어왔기에 손가락에 살짝 얹어 풀밭에 내려놓습니다.
꿀벌도 일찌감치 깨어나서 우리 집 언저리를 맴돕니다. 머잖아 나비도 깨어날 테지요. 아침저녁으로 멧새가 우리 집 둘레를 자주 들락거리던데, 곳곳에 나비 번데기나 애벌레가 많은 듯해요. 작은 새들은 나뭇가지를 두루 살피면서 저희 먹이가 있는지 꼼꼼히 알아보겠지요.
햇볕이 달라지면서 바람도 달라집니다. 겨우내 뭍바람이었다면 이제부터 바닷바람입니다. 높바람에서 마파람으로 달라집니다. 높바람은 차갑고 모질었다면, 마파람은 따사로우면서 보드랍습니다. 다만, 아직 꽃샘추위가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마파람으로 달라지더라도 살짝 서늘하기는 합니다.
.. “음…….” 로지는 잠깐 생각했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집을 잘 찾아올까? 오솔길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그러면 집 찾기가 쉬울 거야.” 로지는 돌멩이랑 다른 물건들을 모아서 문 앞까지 죽 늘어놓았어요 .. (10쪽)
따순 날씨는 들과 숲을 깨웁니다. 따순 날씨에 따라 풀이 새로 돋고 꽃이 다시금 피어납니다. 풀과 꽃이 자라는 들과 숲에서는 개구리며 풀벌레며 기지개를 켭니다. 멧새는 부산히 날고, 철새는 따순 바람과 함께 이 땅에 찾아오겠지요. 개구리가 한창 노래하는 사월에는 제비가 먼 바다를 가로질러 이 땅 골골샅샅 시골마을 처마 밑에 깃들리라 생각합니다.
밭흙도 폭신하고 숲흙도 폭신합니다. 겨울 동안 단단하게 얼고 굳었던 흙이 풀립니다. 쑥이 자라고 갓이 돋으며 유채가 잎사귀 벌리는 땅바닥을 밟으면 말랑말랑 부드러운 기운이 즐겁습니다. 냉이꽃이 하얗게 나부끼는 둘레마다 노랗게 나부낄 유채가 흐드러지겠지요. 꽃다지꽃이 노랗게 하늘거리는 둘레마다 봄나물이 물씬물씬 푸른 내음을 퍼뜨리겠지요.
어른은 들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들에서 놉니다. 어른은 들일을 하면서 들바람을 쐬고 아이들은 들놀이를 하면서 들숨을 마십니다. 꽁꽁 닫았던 문을 엽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깥에서 지냅니다. 봄이 퍼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봄이 번지는 잎망울과 꽃망울을 바라봅니다.
.. 저기 봐요! 로지의 손님들이에요. 바다에서, 하늘에서, 세상 모든 땅에서 모두들 로지네 집으로 오고 있어요 .. (15쪽)
헬렌 크레이그 님 그림과 주디 하인들리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로지의 작은 집》(웅진주니어,2003)을 읽습니다. 그림책 《로지의 작은 집》에 나오는 어린 로지는 바람이 따숩게 부는 어느 날 인형을 수레에 싣고 들마실을 나옵니다. 어린 로지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우람하게 자란 나무께로 나들이를 갑니다. 우람하게 자란 나무에는 구멍이 났고, 구멍을 따라 들어가면 나무 안쪽에 아늑한 자리가 있어요.
어린 로지는 나무 안쪽을 ‘내 집’으로 삼습니다. 슥슥 비질을 하고 문패를 걸며 책을 둡니다. 인형하고 소꿉을 하고는 나무 둘레를 문간이자 마당으로 삼습니다. ‘로지네 나무집’에 손님들을 부릅니다. 손님들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즐겁게 찾아옵니다. 로지는 나무집에서 하루 내내 신나게 놉니다. 해가 기울 때까지 참말 재미나게 놀아요. 해가 기울 무렵 인형을 다시 수레에 태우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요.
로지한테는 따로 또래동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들에서 자라는 풀과 꽃과 나무가 모두 로지한테 동무입니다.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로지한테 동무입니다. 작은 풀짐승도 로지한테 동무입니다. 로지는 심심할 일이 없습니다. 로지는 쓸쓸할 일도 없습니다. 즐겁게 들놀이를 합니다. 하루 내내 들놀이를 즐깁니다. 가슴 가득 들빛을 담으면서 들노래를 부릅니다. 누가 가르쳐 주는 노래가 아니라 스스로 우러나오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자랍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스로 놀면서 큽니다. 생각날개를 펴고, 숲바람을 마시면서, 천천히 차근차근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랍니다. 봄에 봄빛을 누리는 아이들은 봄아이가 됩니다. 여름에 여름볕 먹는 아이들은 여름아이가 되겠지요. 아이들은 철마다 다른 햇빛과 햇볕과 햇살을 맞아들이면서 까무잡잡 야무진 아이로 우뚝 섭니다. 4347.3.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