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60. 2012.5.13.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혼자서 수저질을 잘한다. 큰아이와 함께 노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면서 이 아이들이 어느새 이만큼 자랐는가 새삼스레 돌아본다. 작은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큰아이와 훨씬 오래 어울리면서 놀았을까. 작은아이가 태어났기에 큰아이는 더 재미나게 놀면서 하루를 빛낼 수 있을까.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에 부엌에서 쌀을 헹구고 설거지를 한다. 땅밑물을 쓰기에 설거지를 늘 조금씩 남겨 밤에 물을 끌어올리곤 한다. 밤에도 한두 차례 물이 흘러야 아침에도 쓰기에 좋다. 아침을 차리자면 앞으로 너덧 시간쯤 남았지만 오늘은 무슨 밥을 차리며 아이들을 즐겁게 할까 하고 헤아려 본다. 문득 예전 모습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한창 젖떼기밥을 먹을 즈음 큰아이는 혼자 밥상을 받곤 했다. 작은아이를 달래고 어르느라 큰아이한테 미처 손을 못 쓸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때에도 큰아이는 혼자 받는 밥상을 씩씩하고 대견스레 받아들여 주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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