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이루는 탑

 


  아름다운 책은 한 권만 책상맡에 놓아도 책상맡이 환하다. 아름다운 책 두 권을 놓고 세 권을 놓다가 네 권 다섯 권을 놓으면, 이러다가 책으로 탑을 쌓으면 새삼스레 아름다운 빛이 흐르곤 한다.


  책은 속에 담은 이야기로 아름답기 마련이다. 속에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걸맞게 겉을 꾸민 예쁜 책들은 차근차근 모아서 탑으로 쌓을 적에도 아름답다. 겉만 멋들어지게 꾸민대서 아름다운 빛이 흐르지 않는다. 오래도록 아끼고 사랑하면서 가꾼 손길이 깃들 적에 아름다운 빛이 흐른다.


  책으로 태어나자면 숲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숲을 푸르게 빛내던 나무를 베어서 사람들 마음을 푸르게 밝히는 책을 빚는다. 푸른 숨결이 책에 깃들고, 푸른 넋이 책에서 다시 태어난다. 책을 읽는 사람은 빛과 숨결과 넋을 읽는다. 책을 손에 쥘 적에 숲내음과 숲노래와 숲빛을 받아먹는다. 숲에 우거진 나무를 살그마니 옮기면서 책으로 이루는 탑이 된다. 4347.3.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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