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8. 이 예쁜 빨래터에서 2014.2.25.

 


  이 예쁜 빨래터에서 빨래를 할 젊은 일손이 시골에 없다. 이 멋진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할 어린이가 시골에 없다. 마을마다 빨래터가 있으나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볼 길이 없다. 빨래터는 논에 물 댈 적에 호스를 길게 이을 적만 더러 쓸 뿐, 빨래터 몫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마을 어귀에 빨래터가 있는 우리 마을에서는 빨래터를 틈틈이 치운다. 마을 안쪽에 있다면 아마 아무도 안 치운 채 물이끼범벅이 된 채 버려졌을 테지만, 마을 어귀에 있으니 길손과 나그네 눈치가 보여 곧잘 치우곤 한다. 우리 식구는 우리 마을에서 빨래터를 홀로 차지하듯이 치우면서 논다. 가까이에서 누리는 물놀이터가 된다. 겨울에는 물이끼만 걷지만, 봄볕이 따끈따끈 내리쬘 때부터 첫가을까지는 찰방찰방 빨래터를 가로지르면서 온몸을 적시고 논다. 젖은 옷은 물로 헹구고, 아이들은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마을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은 없으나, 우리 아이들은 물놀이를 마친 뒤 저희 옷가지를 저희가 이곳에서 설렁설렁 비비고 헹구는 시늉을 하면서 빨래놀이까지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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