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놀이 9 - 빨래터는 우리 놀이터
마을 할매는 아주 빠르게 조용히 빨래터를 치우신다. 지난 한 해 마을 할매가 빨래터를 세 차례쯤 치우신 듯하다. 세 차례를 뺀 나머지는 모두 우리 식구가 치웠다. 우리 식구는 빨래터를 치울 적에 시끌벅적하다. 아무래도 두 아이가 시끌벅적 노래하고 떠들면서 놀기 때문이다. 두 아이는 놀게 하고 아버지 혼자 신나게 벅벅 밀어 물이끼를 벗긴다. 마을 할매는 힘이 모자라 물이끼를 벗기지는 않는다. 마을 할매는 풀을 뽑기만 한다. 어느 모로 보면 서로서로 달리 치우니 한결 깔끔하게 치우는 셈이라고 할 만하다. 두 아이는 처음에는 솔질도 하고 물도 퍼내면서 거드는 시늉을 하지만, 어느덧 벽타기도 하고 다른 놀이를 찾아낸다. 아직 물이 차니 물에 들어가지는 않으나, 따사롭다 못해 후끈후끈 햇살이 내리쬐면 빨래터에 풍덩 뛰어들어 놀 테지. 조금만 기다리렴. 빨래터가 곧 신나는 물놀이터가 된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