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풀도 곱다

 


  가을까지 푸르게 빛나던 풀은 겨울을 앞두고 누렇게 바뀝니다. 겨우내 시든 잎으로 추위를 맞아들입니다. 새롭게 찾아드는 따순 봄날에는 싯누렇게 빛납니다. 새봄부터 시든 잎 둘레로 새로운 싹이 조물조물 돋습니다. 퍽 크게 자란 채 누렇게 시든 풀잎은 새봄에 새롭게 돋는 풀이 천천히 자라는 동안 찬찬히 땅과 가까워집니다. 어느새 흙 품에 안깁니다. 흙 품에 안긴 누런 풀잎은 여름이 되면서 자취를 감춥니다. 가을 언저리에는 오롯이 새 흙이 되어요. 그러고는 가을이 깊어질 무렵 이때까지 새로 자라며 짙푸르던 풀잎에 차츰 누런 물이 오르면서 시듭니다. 한 해가 흐르고, 새 한 해가 흐릅니다. 새 한 해가 다시 흐르고, 또 한 해가 새삼스레 찾아옵니다. 4347.2.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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