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9) 존재 169 : 내일 위에 존재

 

오늘이라는 날은 언제나 차곡차곡 쌓아올린 ‘내일’ 위에 존재한다
《콘노 키타/김진수 옮김-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대원씨아이,2014) 37쪽

 

 ‘내일’ 위에 존재한다
→ ‘내일’ 위에 있다
→ ‘내일’과 함께 있다
→ ‘내일’ 위에서 숨쉰다
→ ‘내일’ 위에서 빛난다
 …

 


  하루가 모이면 이틀이 됩니다. 하루가 더 모이면 사흘이 됩니다. 하루를 숫자로 세듯이 하나 있다거나 둘 있다거나 셋 있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숫자로 세면서 부피가 있는 듯 여기면 “차곡차곡 쌓은 날” 위에 무엇인가를 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빗대어 하는 말일 테니까요.


  아무리 쌓고 쌓아도 “차곡차곡 쌓은 날”은 부피가 없습니다. “차곡차곡 쌓은 마음”에도 부피가 없어요. 그러니, “내일 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여겨 “내일과 함께 있다”고 이야기할 만합니다. “차곡차곡 쌓은 마음과 함께 있다”처럼 이야기할 만합니다.


  더 돌아보면, 아무리 쌓는다 하더라도 부피가 없는 ‘날’인 만큼, 쌓는다고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하루하루 지낸 날”이라든지 “하루하루 지나온 날”이라든지 “하루하루 누린 날”처럼 이야기해야 올바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생각에 따라 말씨가 달라질 텐데, 어떻게 느끼는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오늘이라는 하루’가 어떻게 ‘있는’가를 이야기하면 됩니다. 4347.2.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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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날은 언제나 차곡차곡 쌓아올린 ‘내일’과 함께 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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