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아파 눕지 못하는 밤

 


  엉덩이가 아프다 아프다 했더니 뾰루지가 났다. 한 자리에 오래 앉기를 안 좋아하는 삶을 마흔 해 지내다 보니, 시외버스를 너덧 시간쯤 타면 으레 몸이 삐걱거린다. 우리 집 곁님은 군내버스 10분 아닌 5분 아닌 1분만 타도 멀미를 한다. 나는 그나마 멀미까지는 안 하니 낫다 할는지 모르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엇비스한 꼴이다.


  내 엉덩이 뾰루지를 본 곁님이 문득 말한다. 나 스스로 그 일, 그러니까 버스를 타고 오랫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지내야 하는 일을 안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몸이 삐걱거린단다. 그래, 곁님 또한 군내버스 타고 읍내 나가는 일조차 안 좋아하니 군내버스에 오르자마자 넋을 잃고 멀미를 할 테지.


  버스나 전철이나 기차나 비행기가 아주 흔한 오늘날, 버스도 자동차도 거의 못 타는 우리 곁님 같은 사람은 어디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리라 본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왜 어디가 아픈가를 알아차리는 사람 또한 ‘구경하기’ 힘들다.


  늘 느끼는데, 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사람을 모른다. 왜 모르는가 하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아프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시골버스도 못 타는 사람더러 ‘자가용으로 태워 줄 테니 이웃마실 갑시다’ 하고 말한들, 함께 이웃마실을 갈 수 있을까? 걸어서 찾아갈 만하다면 갈 수 있겠지. 그런데 한두 시간쯤 천천히 걸어서 이웃마실을 하려는 오늘날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있기나 있을까?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그야말로 ‘구경하기’ 힘든 노릇이라고 본다.


  나는 시외버스 너덧 시간으로도 엉덩이가 짓물러 고단한 몸이니, 비행기를 타고 열 몇 시간을 날아 미국이든 유럽이든 날아갈 엄두를 내지 않는다. 운전면허증을 처음부터 안 따기도 했지만, 여권도 어디에다 일부러 잃어버렸다. 아예 외국에 나갈 일을 스스로 없앴다고 할 만하다.


  그나저나, 서울시 공문서 순화작업이라 하는 일을 지난 석 달 동안 하다 보니, 시골집에서도 책상맡에서 꼼짝을 못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앉아서 지내야 한 날이 길다. 가뜩이나 지난주 서울마실 때문에 엉덩이가 아픈데, 이번 일이 마감이 닥치면서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다가 그예 엉덩이가 몹시 아프면서, 자리에 눕지도 못한다. 모로 누워도 아프고 엎드려도 아프다.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코난 궁디가 떠오른다. 4347.2.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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