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5. 봄꽃 함께 살아가는 집 2014.2.20.

 


  우리 집 마당은 시멘트로 덮였다. 예전에 살던 분이 덮은 마당이다. 시멘트를 다 벗기고도 싶지만, 벗긴 시멘트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 있는 동안에는 있는 대로 두자 하고 생각하면서, 시멘트를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벗긴다. 벗긴다기보다 빗물이 벗겨 주고,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면서 호미나 꽃삽으로 콕콕 쪼곤 한다. 이래저래 우리 집 시멘트마당에는 빈틈이 많다. 많은 빈틈을 따라 온갖 풀씨가 날려서 돋는다. 새봄을 맞아 봄까지꽃도 무리를 이루어 깨어난다. 작은아이를 부른다. 얘야, 너처럼 작은 꽃이란다. 너는 아직 퍽 자그마한 몸이지만 너보다 훠얼씬 자그마한 꽃이지. 꽃하고 인사하렴. 꽃이 여기에 있으니 밟지 않도록 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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