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습니다
고흥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기 앞서 마당에서 뒹구는 자전거를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큰아이가 동생하고 놀다가 마당에
그대로 둔 채 잠들었나 봐요. 마루를 보니 아이들이 눈 오줌으로 오줌그릇이 철철 넘칩니다. 오줌그릇을 들고 집 둘레에 뿌린 뒤 오줌그릇을 물로
헹굽니다. 부엌은 아주 어지럽습니다. 부엌바닥을 신나게 걸레질을 한 다음 설거지를 조금 합니다. 이튿날 먹을 밥을 헤아려 곧 쌀을 씻어
불려야지요. 읍내에서 장만한 몇 가지 먹을거리를 냉장고에 넣습니다. 큰아이가 걷어찬 이불을 여미어 주고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마당에 서서
기지개를 켜며 별을 바라봅니다. 그러고 나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와 조그마한 장미나무랑 복숭아나무한테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4347.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