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를 읽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서울로 마실을 와서 헌책방에서 일본판으로 만났다. 한글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한글판으로 읽는다고 해서 이 책에 깃든 넋을 제대로 못 짚을 까닭은 없지만, 한글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빛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느 소설책을 읽더라도 애써 외국책을 따로 장만해서 읽기도 한다고 깨닫는다. 아무튼, 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책이름에서 모두 다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책이름에 살짝 가린 이야기가 조용히 흐르기도 한다. 천 사람이 켜는 첼로 천 대에서 천 가지 노래와 바람이 흐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천 가지 노래는 ‘첼로’라고 하는 악기 하나인 한편, ‘사람’이라고 하는 숨결 하나이다. 언제나 다 다르면서 늘 모두 똑같다. 다 다른 숨결이 되어 다 다른 마을에서 살아가지만, 다 같은 사랑이 되어 다 같은 꿈을 노래한다. 그러니, 천 갈래 바람이 천 갈래 노래로 태어난다. 4347.2.19.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