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전화 여론조사

 


  저녁에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을 재운다. 작은아이는 먼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곧 잠들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린다. 집전화 소리이다. 뭔가? 받을까? 받고 싶지 않으나 자꾸 울리니 받아야 한다. “아버지, 전화야? 받아.” 그래, 받아야겠네. 네가 잠들지 못하게 시끄러우니까. 이불을 걷고 옆방으로 간다. 수화기를 든다. 자동응답 목소리가 흐른다. 뭔가, 하고 한 마디를 들으니 여론조사를 한단다. 그렇구나. 고흥군수나 전남도지사 여론조사인가 보네. 그런데, 이런 저녁에 하나? 도시라면 저녁 아홉 시 반이 그리 늦지 않다 할 만하지만, 시골에서는 여덟 시만 넘어도 거의 다 잠자는 때인데. 시골에서 할 여론조사라면 차라리 새벽 여섯 시나 아침 일곱 시에 해야 하리라. 그나저나 자동응답 여론조사는 수화기를 내려놓아도 전화가 안 꺼진다. 전화줄을 뽑을까 하다가 그만둔다. 다시 자동응답으로 걸라면 걸라지. “이제 됐어. 자자.” “응.” 마당에서 흐르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4347.2.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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