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생각한다

 


  떠돌이 개가 우리 집으로 찾아온 지 이레가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떠돌이 개가 어디론지 마실을 가고는 저녁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어디를 돌아다닐까. 엉뚱한 사람을 잘못 따라가다가 붙들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저녁에 두 아이를 재우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문득 큰아이가 “보라야, 누나가 개 이름 ‘아오’라고 지었다.” 하고 말한다. 네가 이름을 지어 주네 하고 생각하다가 왜 ‘아오’라고 지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큰아이가 잠자리에서 온갖 이야기를 조잘조잘 하기에 가만히 귀여겨듣기만 한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떠돌이 개한테 이름을 지어 주었니? 너는 어떤 눈길로 떠돌이 개를 바라보니? 너는 어떤 사랑으로 떠돌이 개를 쓰다듬고 안으며 아껴 주니?


  떠돌이 개가 따뜻할 때에 먹기를 바라며 밥 한 그릇 덜었지만, 밥이 식도록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밤이 깊어 비가 그치면 슬그머니 찾아오려나. 아무쪼록 어느 곳에서든 따사로이 잠을 자고 배부르게 밥을 먹으면서 시골자락 밤과 아침과 낮을 고이 누릴 수 있기를 빈다. 한참 떠들던 아이는 어느새 조용하다. 잠들었구나. 4347.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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