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파란하늘 마음
멧자락으로 제법 깊숙하게 들어간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웃집에 마실을 갑니다. 전남 고흥에는 육백 미터 넘는 산조차 드물고 사오백 미터 안팎을 맴도는 야트막한 봉우리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만 한 높이인 멧자락에 깃든 마을에서 올려다보는 하늘도 참 고와요. 나즈막한 들에서 올려다보는 하늘도 곱고요.
겨울 끝자락 포근한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언제나 바라보는 사람은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파란 사랑과 꿈을 돌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과 하얗게 무늬를 새기는 하늘을 늘 마주하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파랗고 하얀 이야기와 노래를 보듬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자가용을 장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운전면허조차 안 딴 까닭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자가용을 몰거나 얻어탈 적에는 하늘을 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하늘을 못 봅니다. 뚜껑을 벗긴 자가용을 탄다면 하늘을 볼까요? 그러나, 자가용을 몰거나 타면 앞이나 옆이나 뒤에서 달리는 다른 자동차를 살펴야 합니다. 하늘을 느긋하게 볼 겨를이 없습니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는 으레 발걸음 멈추고 하늘을 봅니다. 자전거로 달릴 적에도 으레 발판질을 멎고는 하늘을 봅니다. 하늘을 보면서 걷는 하늘걸음이고, 하늘을 누리며 달리는 하늘자전거입니다.
내 고운 이웃들이 파란하늘을 언제나 가슴으로 품기를 빕니다. 내 좋은 동무들이 파란하늘을 늘 마음 가득 담으면서 활짝 웃기를 빕니다. 나무를 마주하는 이는 언제나 나무마음이 되고, 꽃을 바라보는 이는 늘 꽃노래가 되어요. 파란하늘과 같이 파랗게 눈부신 눈빛으로 맑고 밝게 살아가는 이웃과 동무는 이녁 보금자리와 마을을 알뜰살뜰 가꾸겠지요. 4347.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