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자는 작은아이

 


  자동차로는 멀지 않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자면 사십 분쯤 걸리는 곳에서 사는 이웃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우리 집까지 온 김에 그분 짐차를 얻어타고 그분 사는 마을까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간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자동차를 얻어타니 신난다. 그분 집 둘레에서 개구지게 뛰어노니 또 신난다. 두 아이 모두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삼월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해가 길어지니, 다섯 시에도 아직 햇살은 곱고 따사로운데, 작은아이는 다섯 시를 살짝 넘긴 때부터 잠들어 일곱 시에도 여덟 시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아이 저녁을 차려야 할 텐데 작은아이가 안 깨어나니 큰아이 저녁만 차린다. 곧 일어나겠지 하고 생각하며 작은아이 밥그릇에도 밥을 담는다. 만화영화를 틀면 이 소리에 깰까 싶어 틀지만 꼼짝하지 않는다. 작은아이는 이튿날 아침까지 내처 잠들었다. 이튿날에도 저녁 여섯 시를 넘기니 시들시들하다. 얼마나 힘을 쏟아 놀았기에, 이틀에 걸쳐서 몸을 쉬어야 할까. 대단하구나. 아이들이 놀이에 쏟는 힘이 참 놀랍구나. 놀면서 자라고 놀이로 크는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는다. 아이들은 곯아떨어지도록 놀아야 하고, 아이들은 밥조차 잊으면서 놀아야 씩씩하게 자란다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4347.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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