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밤밥, 새벽밥, 아침밥

 


  엊저녁에 아이들 저녁밥을 차려 줄 즈음 마당을 살피니, 떠돌이 개가 온데간데없다. 어디로 갔을까. 저녁을 좀 늦게 주는가 싶어 먹이를 찾으러 마실을 갔나. 여덟 시 사십 분 즈음에 아이들 재울 때까지 떠돌이 개는 안 보인다. 아이들 새근새근 재우고 나서 열 시 즈음 살며시 일어나 돌아볼 적에도 안 보인다. 그러다가 열두 시가 넘을 무렵 비로소 본다. 너 밥은 먹고 다니니? 틀림없이 굶었겠지? 밤 열두 시에 국을 뎁혀서 개밥을 차려 마당에 내려놓는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살피니 밥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배고팠구나. 그러게, 밥때에 맞춰 집에 있어야지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다가 밥을 다시 차리게 하니.


  새벽에 방에 불을 넣으면서 쌀을 헹군다. 엊저녁에 아이들 밥을 차려 주면서 비운 냄비에 누런쌀을 미리 불렸고, 아침에 물갈이를 한다. 두어 시간 흐르면 아이들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날 테고, 새삼스레 아침밥 차리느라 부산을 떨어야 하리라. 어제 작은아이가 그림책에 나온 이쁘장하게 보이는 밥을 곁님한테 보여주면서 “이것 먹고 싶어.” 하고 말했다는데, 오늘 아침은 눈으로 보기에도 예쁜 반찬을 차려서 밥상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4347.2.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