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은 봄까지꽃과 함께

 


  우리 집 대문 앞 조그마한 터에 봄까지꽃이 꽃망울을 터뜨린 지 이레가 지났습니다. 이레 앞서 처음 꽃망울을 보면서 사진으로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가는 길이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른 날에도 사진을 찍자 하고 생각하다가 또 지나쳤어요. 어제 낮에 비로소 사진 한 장 찍습니다.


  두 아이는 따순 볕을 누리면서 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놉니다. 마을 빨래터에도 가고, 빈논에도 들어가 보고, 발 닿는 곳이라면 어디이든 다닙니다. 이러다가 우리 집 대문 앞으로 와서는 큰아이가 문득 노래를 부릅니다. 작은아이는 누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춤을 추다가 대문 앞 작은 꽃송이를 밟기에, “보라야, 여기 봐. 여기 아주 작은 꽃이 피었어. 그렇게 밟으면 얘가 아야 하니까 밟지는 말아라. 예쁘다 해 줘라.” 하고 말합니다. 네 살 어린이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보라빛 꽃망울이 해사하게 웃습니다. 겨울이 지나간다고 밝히는 꽃, 겨울이 저물며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고 알리는 꽃, 겨울바람이 저물면서 봄바람으로 달라진다고 노래하는 꽃, 조그마한 봄까지꽃은 이제 논둑과 밭둑과 빈터를 촘촘히 덮겠지요. 4347.2.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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