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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는 할머니
사노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5
선물을 하는 마음이란
―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
이영미 옮김
나무생각 펴냄, 2008.12.17.
아마 어디에서나 ‘산타클로스’는 할아버지라고 일컫지 싶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라고만 말하지, ‘산타 할머니’라고는 말하지 않으리라 느껴요. 돌이켜보니, 저 또한 《산타클로스는 할머니》(나무생각,2008)라는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여느 사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싶습니다.
.. “뭔가 잘못 안 것 같은데, 나는 산타클로스를 구하고 있어요. “물론 산타클로스인 줄 알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6쪽)
사노 요코 님은 ‘산타 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선보입니다. 하늘나라에서도 하느님은 ‘산타 = 할아버지’라는 틀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씩씩한 할머니는 왜 산타가 할아버지이기만 해야 하느냐고 따집니다. 하느님은 하늘나라에서 아뭇소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두 손을 모아 빌 뿐입니다. ‘산타 할머니’도 이녁한테 주어진 일을 잘 하면서 아이들한테 고운 선물 두루 나누어 주기를 바라기만 합니다.
.. “어때요, 할 만합니까?” 지붕 위에서 마주친 베테랑 산타클로스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난 타고난 산타클로스 같아요. 난 알겠어요.” “뭘 안다는 거요?” 할머니는 대답도 없이 순록과 함께 휑하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 (17쪽)
산타 할아버지들은 주어진 일을 주어진 대로 잘 해냅니다. 산타 할머니도 이녁한테 주어진 일을 주어진 대로 잘 해냅니다. 그러나, 산타 할머니는 한 가지를 알아요. 한 가지를 알기 때문에 모든 일을 주어진 대로만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새 선물’ 못지않게 ‘헌 선물’도 받고 싶거든요. 산타 할머니는 이녁 손주한테 ‘헌 선물’을 주기로 해요. 아이들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가 ‘새 선물’ 못지않게 바라는 선물을, 그러니까 ‘헌 선물’을 마음으로 빌고 바란다는 뜻을, 사랑스럽고 살갑게 읽었기에 ‘하느님이 나누어 주라고 맡긴 새 선물’은 냅두고 ‘할머니가 손수 마련한 헌 선물’을 건넵니다.
.. “천국에서 훨씬 예쁜 새 인형을 들고 왔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버렸는걸.” 할머니 산타클로스는 능숙한 솜씨로 망가진 인형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알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순록이 기다리다 지쳐 혼자 하늘로 올라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 (24쪽)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마음으로 아이 생각을 읽습니다. 아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가 어떠한가를 알아챕니다. 빙그레 말없이 웃고는 아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는 어버이입니다. 아이 또한 어버이 사랑을 마음으로 읽으면서 알아요. 어버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이루어 준 선물을 말없이 알아채고는 빙그레 웃어요.
사랑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옮습니다. 사랑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마음에서 태어나 마음에 뿌리를 내립니다.
그림책 《산타클로스는 할머니》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베테랑 산타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 맡긴 일을 척척 잘 해내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척척 잘 해내는 솜씨로는 빛내지 못해요. 다 다른 아이들이 꾸는 다 다른 꿈을 읽을 때에 사랑이 자라요.
온누리 들판에서 자라는 모든 꽃이 장미꽃이 되면 예쁠까 하고 생각해 보면 돼요. 이 꽃이 있고 저 꽃이 있으니 이 꽃 저 꽃 모두 예쁘면서, 장미는 장미대로 예쁩니다. 온누리 숲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가 소나무가 되면 멋있을까 하고 헤아려 보면 돼요. 이 나무가 있고 저 나무가 있으니 이 나무 저 나무 모두 멋있으면서,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멋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흐르면서 봄내음이 천천히 퍼집니다. 이제 두 달을 기다리면 새해에 새로운 제비떼 찾아들어 우리 집 처마 밑에서도 새롭게 새끼를 까고는 날마다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겠지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립니다. 4347.2.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